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 모로코 경제, ‘구조적 취약성’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이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가운데, 지정학적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모로코 경제에도 ‘적색 신호’가 켜졌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모로코가 직접적인 분쟁권에서는 벗어나 있으나 “간접적 충격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단기 변동을 넘어 모로코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시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① 에너지 의존도: 경제의 ‘아킬레스건’ 다시 노출
모로코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극단적인 에너지 수입 의존도다. 이미 에너지 수지 적자가 GDP의 5~11%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EBRD 전문가들은 이번 에너지 쇼크가 세 가지 경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 비용 인플레이션: 정유, 전력, 운송비 상승이 제조업 전반의 원가 압박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 상승을 견인한다.
– 경상수지 악화: 수입액 급증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이는 외환 수요 증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
– 가계 구매력 침식: 에너지와 식품 가격의 동반 상승은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② 비료 산업: ‘방파제’인가, ‘착시’인가?
세계 최대 인산 비료 수출국인 모로코는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EBRD는 비료 산업의 완충 효과가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원료 수입의 역설이다. 비료 생산의 필수 원료인 황을 주로 걸프 국가에서 수입하는데, 해협 봉쇄로 황 가격이 급등하면 수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상쇄된다. 또한 글로벌 비료 가격 상승이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모로코 내 식품 인플레이션을 심화하고 있다.
③ 공급망 의존도: ‘전략적 취약성’을 가리는 교역 구조
걸프 지역과의 직접적인 교역 규모는 수치상 크지 않다. 그러나 산업의 기초가 되는 화학 및 금속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해당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다. 경제 전문가는 « 교역 규모가 작다는 사실은 안전판이 아니라 공급망 집중이라는 더 큰 취약성을 가리는 착시에 가깝다 »고 분석한다. 운송 지연과 물류비 상승은 즉각적인 생산 차질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며 대체 공급선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로코 제조업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④ 관광 및 송금 부문: 유일한 버팀목이지만 역부족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관광과 해외 송금이다. 모로코는 분쟁 지역과 지리적으로 멀어 ‘안전한 여행지’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걸프 지역 거주 자국민들의 송금 역시 일정 부분 유동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문이 거시경제적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입을 모은다.
⑤ 재정 및 금융 안정성: 급격히 좁아진 ‘정책 여력’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는 곧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외부 차입 비용이 치솟고 있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카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 균형 잃기 쉬운 경사면 위의 모로코 »
현재 모로코 경제는 비료 수출 호황이라는 단기적 기회와 에너지 의존 및 공급망 집중이라는 구조적 취약성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로코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 에너지 전환 가속화: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 타파
– 공급망 다변화: 원자재 수입선 및 산업 구조 재배치
– 재정 안정성 강화: 리스크 관리 체계의 근본적 혁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시대에 모로코 경제의 진정한 회복력은 구조적 혁신의 속도에 달려 있다.
두 달 만에 뒤집힌 챔피언…세네갈 우승 박탈, 모로코 몰수승으로 네이션스컵 정상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의 우승 트로피가 대회 종료 두 달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항소위원회가 세네갈의 결승전 승리를 무효 처리하고 모로코의 3-0 몰수승을 선언하면서 축구 역사상 보기 드문 ‘우승 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승전 VAR 판정 이후 발생한 ‘집단 이탈’이 결정적
1월 19일 라바트 프린스 물레이 압델라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세네갈은 90분 내내 0-0으로 팽팽하게 맞서 있었다. 정규 시간 종료 직전, VAR 끝에 모로코의 브라힘 디아스가 파울을 당했다는 판정이 내려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이 순간, 세네갈 벤치는 격분했다. 파페 티아우 감독과 선수단은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집단으로 그라운드를 이탈했고, 경기는 15~20분간 중단되었다. 관중들이 난입하고 물병을 투척하는 등 경기장은 혼란에 빠졌다. 디아스의 파넨카킥은 세네갈 골키퍼 에두아르멘디에게 잡히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세네갈은 연장 전반 파페게예의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 세리머니를 마쳤다.
모로코의 이의 제기…“이건 단순 항의가 아니라 경기 거부”
모로코 축구협회는 즉시 항의 절차에 돌입했다. 대회 규정에는 “심판의 허가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은 패배로 간주한다”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CAF 징계위원회는 처음에 세네갈에 벌금과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상급 기관인 항소위원회가 이를 뒤집었다. 위원회는 세네갈 선수단의 집단 이탈을 단순한 항의가 아닌 명백한 ‘경기 거부’로 판단했다. 그 결과 결승전은 모로코의 3-0 몰수승으로 공식 기록되었고, 모로코는 1976년 이후 통산 두 번째로 아프리카 챔피언에 등극했다.
세네갈, CAS 제소 가능성
AP 통신은 세네갈 축구협회가 이번 결정을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제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소가 이루어질 경우, 네이션스 컵 역사상 가장 복잡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공급 불안 고조… 모로코, 중동 긴장 속 ‘재고·수입·대응전략’ 점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모로코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을 넘어, 국내 재고 수준과 수입 경로의 안전성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단기적 공급 위기는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가격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부 “재고·공급망 매일 모니터링… 단기 충격 흡수 가능”
모로코 경제·재정부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에너지 공급망을 포함한 전략 분야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가용 지표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재고 상황도 매일 점검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성명은 구체적인 수치 공개 없이 안정성만을 강조해 시장의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연간 1,200만 톤 소비… 가솔린·가스오일 중심 구조
업계 자료에 따르면 모로코의 연간 석유제품 소비량은 약 1,200만 톤으로 추산된다.
구성 비중은 다음과 같다.
- 가스오일 55%
- 부탄가스 24%
- 가솔린 6%
- 케로신 4%
- 중유 9%
- 프로판 2%
이는 2023~2024년 정부 공식 통계와도 대체로 일치하며, 매년 2.5~3%씩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 재고는 평균 30일… 규정상 60일 의무에는 미달
현재 국내 석유제품 재고는 평균 30일분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제품별로 차이가 있으며, 최근 악천후로 항만 하역이 지연되면서 한때 18일분까지 떨어졌으나, 기상 호전 후 대기 중이던 100만 톤의 물량이 하역되며 30~45일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규정상 정유·유통업체는 60일분의 전략 비축을 보유해야 하며, 이 기준은 수년째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총 300만 m³ 규모의 저장능력을 제시했으며, 제품별 저장 가능 일수는 다음과 같다.
- 가솔린: 100일
- 가스오일: 76일
- 케로신: 58일
- 중유: 87일
- 부탄: 55일
- 프로판: 29일
수입 구조: “중동 직접 의존도 낮아… 유럽 정제제품이 주 공급원”
모로코는 원유나 정제제품을 중동 산유국에서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거래는 국제 트레이더를 통해 이뤄지며, 실제 공급지는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포르투갈 등 지중해 연안 정유시설이 중심이다. 또한 로테르담·앤트워프 등 유럽 대형 석유 허브도 주요 공급원이다. 유럽 자체의 중동 의존도도 10% 미만으로 낮아, 중동 긴장이 유럽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필요시 유럽은 북해·미국·북아프리카(알제리·리비아·나이지리아) 등으로 조달선을 전환할 수 있다.
부탄·프로판은 중동 의존… “가격 충격 가능성”
가솔린·가스오일과 달리 부탄·프로판(LPG) 은 중동 의존도가 높다. 주요 공급국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UAE이며, 미국·아프리카산 물량도 대체 공급원으로 존재한다. 현재 SOMAP 기준 부탄 재고는 약 3개월분으로 안정적이지만, 공급선을 먼 지역으로 전환할 경우 운송비 상승 → 국가 보조금 부담 증가 → 재정 압박이라는 연쇄 효과가 우려된다. 부탄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이 적용되는 핵심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용 연료: 나이지리아·미국·러시아 등 다변화
- 중유(Fuel Oil): 주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공급원 의존
- 석탄: 최근 미국산 비중이 크게 증가, 러시아산도 일부 유지
→ 주로 조르프 라스파르·사피 발전소에서 사용
이들 품목은 중동 정세의 직접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전문가 “단기 공급 위기는 없지만, 글로벌 경제 충격은 불가피”
업계 관계자들은 “모로코는 단기적으로 공급 중단 위험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국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장기화될 경우 중국·인도·일본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생산·수출 체계가 흔들리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합
모로코의 에너지 공급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이지만,
- 중동 긴장 장기화
- 국제 운송비 상승
- 유가 변동성 확대
- 부탄 보조금 부담 증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국가 재정과 소비자 가격에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업계는 공급선 다변화와 재고 확충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