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와 중동 국가들의 전략적 관계
모로코와 중동 국가들의 전략적 관계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연결하는 정치·안보·경제 네트워크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모로코는 지리적으로 중동과 떨어져 있지만, 아랍어와 이슬람이라는 문화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으며, 모로코 국왕은 헌법적으로도 이슬람의 종교적 수호자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모로코는 유럽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유럽연합, 미국, 걸프 국가, 이스라엘, 아프리카 국가들과 폭넓은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외교적 특성 때문에 모로코의 중동정책은 특정 국가에 대한 단순한 편승보다는 여러 국가와 전략적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자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특히 모로코의 중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의 관계이다. GCC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이 포함되며, 모로코는 이들과 정치·안보·경제·종교·문화적 차원에서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2025년 3월에는 GCC 국가들과 모로코의 공동 장관급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모로코 측은 GCC와의 관계를 정치·경제·개발·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이러한 관계의 역사적 배경에는 양측의 ‘왕정 연대’가 존재한다. 모로코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은 모두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왕실의 정통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확대되었을 때에도 모로코와 걸프 왕정국가들은 서로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적 파트너로 인식되었다. 모로코 입장에서는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가 경제적 자금과 투자뿐만 아니라 아랍·이슬람 세계에서의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이 되었고, 걸프 국가 입장에서는 모로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북아프리카 국가이면서 유럽과 서아프리카로 연결되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가치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는 전통적인 정치·종교·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양국은 아랍 및 이슬람 세계의 주요 현안에서 상당한 정책적 공통점을 보여 왔으며, 2025년 제14차 사우디-모로코 공동위원회에서도 양국은 경제·투자·정치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특히 사우디는 모로코의 재생에너지, 산업, 관광, 농업, 교통 및 인프라 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대규모 정부·민간 대표단을 이끌고 모로코를 방문하여 이러한 분야의 투자 확대를 논의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모로코의 관계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이슬람 세계에서의 상호 외교적 지지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한 국가이며, 모로코 역시 국왕의 종교적 지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종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종교적·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모로코의 관계는 최근 들어 더욱 전략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UAE는 모로코를 북아프리카와 대서양·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경제적·지정학적 거점으로 보고 있으며, 모로코 역시 UAE의 자본과 기술,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UAE 정부는 양국 관계가 정치·경제·무역·문화·관광·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모로코의 서사하라 지역에 속한 라윤(Laayoune)에 UAE 영사관을 개설하여 모로코의 영토적 통합에 대한 지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UAE는 모로코의 서사하라 문제에서 중요한 외교적 지원국이다. 2025년 11월 UAE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97호를 환영하면서 모로코의 자치계획을 협상의 기초로 삼는 것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모로코의 영토적 통합과 서사하라에 대한 권리를 다시 한번 지지했다. 이는 모로코와 UAE의 관계가 단순한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모로코의 핵심적인 외교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6월에는 UAE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대통령이 모로코를 방문했고, 모하메드 6세 국왕과 걸프 및 중동 정세를 포함한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모로코 왕실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과 적극적인 연대의 관계로 표현하였다.
카타르와의 관계는 사우디 및 UAE와는 다소 다른 성격을 갖는다. 카타르는 중동에서 중재외교와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해 왔으며, 모로코 역시 서유럽·아프리카·중동 사이에서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양국은 특정 진영에 완전히 종속되기보다는 외교적 유연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25년 GCC-모로코 공동 장관급 회의에서도 카타르를 포함한 GCC 국가들과 모로코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논의하였다. 이처럼 모로코와 걸프 국가들의 관계를 종합하면, 모로코는 사우디와의 전통적인 정치·종교 관계, UAE와의 전략·투자 관계, 카타르와의 외교적·정치적 협력 등을 병행하면서 걸프 지역 전체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로코가 GCC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나 갈등에 완전히 편승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모든 주요 걸프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이러한 중동 전략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양국은 2020년 미국의 중재 아래 아브라함 협정의 틀에서 공식 외교관계를 복원하였다. 그러나 이 관계는 2020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양국 사이에는 냉전 시기부터 비공식적인 정보·안보 협력이 존재했으며, 모로코에는 오랜 기간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했다. 따라서 2020년의 정상화는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기존의 비공식적 관계를 공식적인 국가 간 관계로 제도화한 측면이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모로코가 얻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이익 가운데 하나는 안보·정보·군사기술 분야의 협력이다. 이스라엘은 정보수집, 사이버안보, 드론, 방공, 정밀무기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로코는 이러한 능력을 활용하여 군사적 현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 특히 모로코는 알제리와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북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첨단 군사기술 확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단순한 외교적 정상화를 넘어 모로코의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성격을 갖는다. 이스라엘과의 경제·기술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이스라엘은 모로코에 최초의 경제무역 담당관을 임명했고, 해상운송 협정도 이행 단계에 들어갔다. 또한 이스라엘은 미국 및 모로코와 함께 아프리카 라이언(African Lion)과 같은 안보 협력 구조와도 연결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모로코의 관계는 외교·경제·안보가 결합된 다층적인 전략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관계에는 매우 중요한 제약이 존재한다. 바로 팔레스타인 문제이다. 모로코 국민과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지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밀접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아랍 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크게 확대되었다. 따라서 모로코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동시에 강조하는 이중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모로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활용하면서도 아랍·이슬람 세계에서의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은 모로코 외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모로코의 중동정책에서 반대편에 있는 중요한 국가가 이란이다. 모로코와 이란의 관계는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와 비교하면 매우 냉각되어 있다. 양국은 과거에도 외교관계를 여러 차례 단절했으며, 모로코는 2009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다시 단절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모로코의 결정에는 이란의 지역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아랍 왕정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 그리고 모로코 왕정의 종교·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이란과의 갈등은 단순한 국가 간 외교문제를 넘어 중동의 지역질서와 연결되어 있다. 모로코는 기본적으로 수니파 이슬람 국가이며, 사우디·UAE 등 수니파 아랍 왕정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을 기반으로 중동에서 독자적인 영향권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모로코 입장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는 중동의 세력균형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까지 이란과 연계된 정치·종교 네트워크가 확장될 가능성과 관련된 안보 문제로 인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로코의 이스라엘 및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보다 넓은 지역안보 구조와도 연결된다. 즉, 모로코는 중동의 핵심 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미국·이스라엘·걸프 왕정국가와 연결된 안보 네트워크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면서 북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전통적인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 이집트는 아랍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이며, 아랍연맹과 중동정치에서 중요한 외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모로코와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문제, 아랍권의 안정, 이슬람 협력기구 등을 중심으로 외교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해서 양국은 아랍 국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휴전과 인도적 지원, 두 국가 해법 등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요르단과의 관계 역시 종교적·정치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모로코와 요르단은 모두 왕정국가이며, 두 국가의 국왕은 이슬람의 성지와 관련된 종교적·역사적 정당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양국은 왕정의 안정성, 종교적 정통성,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모로코와 요르단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아랍권의 정치적 안정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로코와 중동 국가들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 가운데 하나는 역시 서사하라 문제이다. 모로코가 중동 및 걸프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데에는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로부터 서사하라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존재한다. 특히 UAE는 서사하라에서 모로코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사우디 역시 모로코와의 관계에서 영토적 통합에 대한 지지를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이러한 입장은 모로코에게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외교적 자산이 된다. 따라서 모로코의 중동 외교에서 서사하라 문제와 이스라엘 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미국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주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과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당시 하나의 외교적 패키지로 연결되었다. 이후 모로코는 미국뿐만 아니라 UAE 등 주요 우방국으로부터 서사하라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려는 외교를 지속하고 있다. UAE가 2025년에도 모로코의 자치계획과 영토적 통합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동과 모로코의 관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걸프 국가의 자본이 주로 부동산·관광·금융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물류, 농업, 산업, 기술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가 2025년 모로코에서 재생에너지·산업·관광·농업·교통·인프라 분야의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모로코가 아프리카의 경제적 관문이라는 사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걸프 국가들은 자국 경제를 석유와 가스 중심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려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모로코는 유럽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와 사헬 지역에 광범위한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걸프 자본이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데 유리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모로코는 걸프 국가들의 막대한 자본과 투자 능력을 활용하여 인프라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특히 모로코의 아프리카 전략과 중동의 자본력이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 모로코는 자국의 금융기관, 통신기업, 건설기업, 비료기업 등을 통해 서아프리카와 중부아프리카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 역시 아프리카의 항만, 물류, 에너지, 농업, 광물 분야에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모로코가 걸프 자본과 아프리카 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모로코의 인산염 산업 역시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모로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산염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OCP Group을 중심으로 인산염 광석뿐만 아니라 인산과 비료를 생산·수출한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에너지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모로코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인산염과 비료 공급망에서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중동 국가와 모로코의 관계는 석유·가스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중동 경제관계와 달리 에너지와 식량안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모로코의 중동 외교는 ‘한 국가를 선택하는 외교’라기보다는 ‘여러 전략적 파트너를 동시에 활용하는 다변화 외교’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모로코는 사우디와 전통적인 왕정·종교·정치 관계를 유지하고, UAE와는 투자·안보·서사하라 문제를 중심으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카타르와는 외교적·정치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과는 군사기술·정보·경제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란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전통적인 아랍 국가들과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아랍권의 안정이라는 공동 관심사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모로코가 특정 중동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우디와 UAE가 경쟁하거나 카타르와 다른 GCC 국가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더라도 모로코는 여러 국가와의 관계를 동시에 유지함으로써 외교적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걸프 국가, 이스라엘, 아프리카 국가들과 동시에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하나의 지역질서에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다변화 외교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팔레스타인 문제이다.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협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모로코의 외교적 이미지와 국내 여론 사이에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우디, 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로코는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란과의 긴장 역시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모로코가 간접적인 지정학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모로코와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종합하면, 모로코는 중동의 단순한 주변국이 아니라 유럽·대서양·아프리카와 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중간국가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로코는 걸프 국가로부터 자본과 정치적 지원을 확보하고, 이스라엘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역량을 확보하며, 미국과의 안보관계를 유지하고,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자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다. 모로코의 중동전략에서 핵심은 ‘편승’보다는 ‘연결’이다. 모로코는 사우디·UAE 등 걸프 왕정국가와의 관계를 통해 아랍·이슬람 세계에서의 정치적 기반과 자본을 확보하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통해 군사·기술적 역량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국제안보와 서사하라 문제에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한다. 동시에 아프리카에서는 자국의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국가이면서도 중동의 세력경쟁과 직접 연결된 독특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의 모로코-중동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세 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첫째, 걸프 국가들의 모로코 투자 확대이다. 둘째, 이스라엘과의 안보·기술 협력과 팔레스타인 문제 사이에서 모로코가 얼마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셋째, 걸프 자본과 모로코의 아프리카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모로코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경제·물류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모로코의 중동정책은 단순한 지역외교가 아니라 서사하라 문제, 왕정의 안정, 국가안보, 경제개발, 아프리카 진출, 식량·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모로코는 사우디아라비아나 UAE처럼 중동의 핵심 강대국은 아니지만, 여러 지역 강대국과 연결되는 외교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자신의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견국(middle power)’형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